안심부스부터 전기차충전소까지…살 길 찾는 공중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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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6.06.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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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KT 사옥 앞 안심부스

10년간 38% 감소…매년 적자에도 관련법상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출구가 만나는 이곳은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도로변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한가했다. 부스 내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가끔 드나들 뿐 공중전화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부스에는 공중전화 2대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비상용 호출버튼, CCTV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 안심부스로 탈바꿈하면서 생긴 변화다.

광화문 부스는 사라져 가는 시대의 유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5세대 이동통신을 눈앞에 둔 시대에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KT의 자회사 KT링커스에 따르면 2006년 11만3천여 대였던 공중전화 시설은 지난해 6만9천대로 38%로 감소했다.

공중전화는 삐삐가 인기를 끌던 1999년 56만여 대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2006년 한 해에만 1만1천 대의 공중전화가 철거됐고, 지난 5년 동안은 한 해 평균 2천 대가 넘는 공중전화가 사라졌다.

남아있는 공중전화의 운명도 위태롭다.

KT링커스 관계자는 "대로변에 있는 공중전화는 인근 상가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며 "예전에 이용자가 많을 때는 상가 영업에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이용자가 줄어 통로와 경관만 가린다는 민원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월 매출이 1만 원도 안 되는 공중전화는 전체의 58.6%에 달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보니 일부는 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ATM 기기와 비상전화 등을 갖춘 멀티부스가 대표적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멀티부스는 1천400여 대다.

KT링커스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및 금융권과 연계해 기존의 공중전화 시설을 ATM과 비상용 호출버튼을 갖춘 안심부스로 바꾸고 있다. 안심부스는 지금까지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시내 16곳에 설치됐다.


도서관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부산 해운대구, 대전 서구 등에서는 기존 부스를 리모델링해 주민을 위한 미니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의 부상으로 공중전화 시설을 활용한 충전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KT링커스는 자동차 공유업체 한카와 협력해 서울 시내 3곳에서 전기차충전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는 통신선과 전기선이 이미 연결된 데다 대부분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 있어 충전기와 플러그(커넥터)만 설치하면 손쉽게 충전소로 개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공중전화 충전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공중전화 대부분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매년 유지·보수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만 100억 원이 넘는다.

공중전화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 서비스로 규정돼 없앨 수는 없다.

보편적 역무는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본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

관련법에 따라 보편적 역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손실 전부 또는 일부는 매출액 300억 원 이상이 전기통신사업자가 매출액에 비례해 분담해야 한다.

지난 2014년 기준 전기통신업체들이 부담한 공중전화 손실보전금은 133억 원에 달했다.

수익성을 생각하면 골칫덩이지만 비상시에나 외국인처럼 특정 계층에는 여전히 효용 가치가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해 시설 수를 꾸준히 줄여가면서 이용률이 높은 지역은 유지하는 등 선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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