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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 취하다] 진화하는 공중전화… '추억'으로 시작해 최첨단 기능 탑재

입력 2015-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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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4’ 속 공중전화. 그 시절 전화로 하는 사랑고백은 애틋하고 서글펐다.(사진제공=CJ E&M)
 

브릿지경제 김동민 기자="뚜루루루 뚜루루루, 딸각."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통화는 늘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돈 떨어지는 속도가 무서워 마음은 조급해졌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억울한 마음에 동전 반환구에 습관적으로 손을 넣어 보지만 한 번 들어간 동전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중전화로 사랑 고백이라도 하려면 여유 동전은 필수였다. 말은 빙빙 돌고 동전은 계속 들어가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은 애가 타고…. 

 

불편했지만 그 시절은 전화하는 재미가 있었다.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음성 통화 무료 요금제로 개편된 오늘날 공중전화는 과거의 산물이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공중전화를 발견할 수 있다. 

 

KT 링커스 경영전략팀 이명학 팀장은 "공중전화가 가진 보편적 기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누군가에는 아직 휴대폰이 비싼 기기다. 지진이 나서 기지국이 무너져도 공중전화는 사용할 수 있다. 공중전화를 찾는 사람이 있고 사용할 여지가 있는 한 그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 그대로다. 공중전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좀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목적으로 공중전화를 찾을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공중전화 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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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왕십리 광장에 있는 ‘책뜨락’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성동구청)

 

색깔부터 다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 광장에 있는 빨간 공중전화 부스는 같은 색 우체통과 나란히 서서 사람들을 반긴다. 그 속에 있는 것은 책이다. 

 

성동구는 2012년부터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무인도서관 ‘책뜨락’을 왕십리역 광장과 성동구청 앞 거리에 운영 중이다. 공중전화·우체통·책…. 아날로그들의 만남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명소를 만들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잠깐 쉴 곳을 찾다 우연히 ‘책뜨락’을 찾았다는 최미옥(44)씨는 “공중전화 부스 문을 연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 아련한 느낌은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책도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요즘 같이 날씨 좋은 날에는 잠깐 쉬어가기에 딱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5살 아이와 함께 며칠 전 빌린 책을 반납하러 온 김현정(31)씨도 “이곳엔 돈 주고 사기 부담스러운 동화책이 많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책을 꺼내고 반납은 우체통으로 하는 아이디어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책뜨락’은 별다른 규정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걱정하는 도서 분실률은 5%에 불과하다.

성동구 문화체육과 김영훈 주임은 “많은 사람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동화·잡지·문학 등 다양한 책을 배치하려고 노력한다. 간혹 빌려 간 책을 읽어버리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그 책들은 또 다른 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보충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중전화는 진화 중, 현금 인출기에서 스마트폰 충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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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는 '세이프 가드 존'. 세이프 가드 존에는 공중전화와 함께 위급 상황 시 출입문을 닫을 수 있는 비상벨, 경찰서로 연결되는 직통 전화, 은행현급지급기 등이 설치돼 있다.(연합)

 

KT는 올 초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등 서울 시내 6곳에 스마트폰 충전 기능을 탑재한 공중전화를 시범 설치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야 한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당장 스마트폰 사용이 급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늘고 있다. 

 

길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면 된다. 일명 ‘공중전화 세이프 존 부스’로 안에 들어가 비상벨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곧바로 112상황실로 연결된다. 

 

 

공중전화부스의 변신은
‘공중전화부스 전기차 충전소’(연합)

 

CCTV 관제센터와 연결돼 24시간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늘 그 자리를 지키는 공중전화 부스는 와이-파이 공유기 설치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부스는 거리 곳곳에 있어 사각지대 없이 데이터망 형성이 가능해 KT는 이를 적극 활용 중이다.

 

그 외에도 현금 인출기와 자동 심장충격기와 결합한 멀티 공중전화 부스가 유사시 사람들의 이용을 기다리고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로도 활용 중이다. ‘추억’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공중전화는 꾸준히 진화 중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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